[사진: 한강변을 따라가다 찍은 얼었던 국회의사당 앞의 길...]

누구나 길을 가고 있다. 그리고 사실이 아닌듯 하지만 사실이라 믿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검증의 단계 즉, 타인에 의한 검증의 순간이 왔을때는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으므로 진실이든 아니든 밝혀지는 사실앞에 분노하거나 허탈할 뿐이다.

어제는 지난 시절 가까웠던 지인들과 저녁식사 모임을 가졌다. 요즘엔 오후 다섯시만 되면 땡하고 칼퇴근 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는 터라 5시가 되자 난 잔차 도구를 챙겨들고 퇴근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잠시 가야할 코스를 더듬어 본다.

가장 안전한 길로 가자면 무진장 돌아서 가야하고 단거리로 가자니 잔차가 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어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3호터널을 뚫고 지나가기로 결정하였다. 명동역을 지나 3호터널 쪽을 향해 신호를 받아 가로질러 오르기 시작한다. 그동안 쌓였던 체력탓인지 오르막길을 제법 잘 올라간다. 지칠줄 모르는 속도로 질주하는 자동차들을 옆으로 요금정산서를 지나기 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사이에도 바람을 가르는 자동차의 속도에 음찔해진다.

[사진 : 아침의 태양빛을 받아 반사되어 풍겨나오는 모습에 잠시 묵상하며...]


이제 막 터널을 들어선다. 터널은 2차선이므로 난 가장자리 쪽에 붙어 안전하게 가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려다 보니 다시한번 속도와 소리에 민감해져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바깥쪽에 50cm 정도의 넓이를 기준으로 그곳을 통과하고 있는 나는 이 먼길을 언제 통과할까 고민하며 가고 있다. 자동차로 이곳을 지날때는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고통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잔차를 이용해서 가고 있는 나는 두려움도 느끼면서 그 거리가 먼정도에 정신이 아득해 지기도 한다. 가끔씩 이륜자동차가 쌩쌩하며 과감하게 달리건만 무동력으로 오직 나의 두 다리를 의존해야 하는 잔차는 터덜터덜 거리며 터널을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것이 인생의 한 단면인 것 같아 이내 평안을 되찾는다. 그리고 결국 다시 밝아오는 바깥입구가 눈에 들어온다. 후들거리던 다리도 결국 안정을 되찾았다.

한남대교를 건너는 길이 있을까 생각하며 다리 입구까지 왔을때는 그 넓은 자전거와 사람이 지나디닐 수 있을정도의 넓이에 입이 벌어졌다. 다른 한강에 있는 다리들에 비해 월등하다. 가끔씩 밀려오는 추위는 이제 체내의 더운 열기와 상쇄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강남대로를 지나 양재로 향하고 있다. 중간중간 신호를 기다리며 인도를 넘나들며 잔차 라이딩을 한 이후로 가장 위험한 길을 지나가고 있다. 그 길을 이제 막 지나 결국 원하던 장소에 도착하자 안도의 숨을 내쉰다.

오랫만에 만난 승호와 통일교육문화원 식구들의 얼굴을 보니 반가움이 넘친다. 글구 승호가 현재는 재정적으로 제일 안정적이고 부자니 승호가 저녁을 사겠다고 하자 아무도 만류하지 않았다. 함께 숯불갈비를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양재동 문화원 사무실에서 나와 승호랑 양재역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글구 보고싶었다는둥의 말을 들으며 짜식 연락도 안하구 살면서 그런 소리 하지 말라는 둥의 대화를 하다보니 헤어져야 할 거리가 그렇게 짧은지 모를 정도로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제 다시 라이딩을 한다. 양재역에서 턴하여 남부순환로를 향해 방향을 틀어 주로 인도를 이용해 집으로 향한다. 이 방향으로 가다보니 언덕이 많아 자주 끌바를 했다. 글구 결국은 자동차만 다닐 수 있는 자동차 전용도로 앞까지 와서는 앞서가거나 옆으로 지나다니는 운전사들의 과감함에 그냥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남부순환로를 이용해 양재동에서 고척동으로 귀가하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거리상으로는 한시간이면 족하다 생각했으나 실제로 한시간 삼십분이 걸렸다. 물론 극도로 몰아친 긴장감은 예상시간을 훨씬 넘어서게 했고 안전을 위한 끌바도 한몫했다.

집에 도착하고나니 피곤이 몰려왔다.

상쾌하다기보다는 내심 살았다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위험한 길을 라이딩한 경험으로는 그만이었지만 다시는 이런 반복된 길을 가고 싶지 않기도 했다.

오늘 교회 후배들이 아르바이트 하러 사무실에 왔다.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나오면서 기념사진을 남겨둔다.

[사진 : 은혜의 생일이라서 커피는 내가 샀다. 부대찌게를 함께 시켜먹고나서...근철,은혜,요현,요찬?]

아침에 일어나 황교수에 대한 진실보도가 밝혀지면서 관련된 기사들을 서핑해가면서 진실치 못한 것에 대한 회의가 느껴진다. 내 속을 뜯어보고 돌이켜 보며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없는지 반성해 본다.

삶은 정직하게 인생은 짧고 굵게 살자는 내적 결의를 다지며 하루를 시작한다.
2005/12/16 07:00 2005/12/16 07:00
Posted by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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