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5/12/07 넘바 (10)
2005년 12월 6일은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날이다.

어느덧 자전거를 다루고 출퇴근하고 타는데는 전문가가 되었다고 자신하던바 크게 느껴지는 날이다. 영하 8~9도 정도의 강추위 보도에도 불구하고 그전날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며 기어코 자전거로 출근한 나는 그 다음날도 같은 기상조건에도 불구하고 잔차를 타고 출근을 시도한다.

출발은 언제나 산뜻하다. 집에서 나와 갈산삼거리쪽에쯤 이르렀을 때였다. 전날 쏟아져 내린 눈이 녹다가 만곳에서 아침 추위에 못이겨 만들어낸 빙판길을 가고 있는 중이었다. 주유소 앞이라서 그리 위험하지 않을거라 생각하며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핸들을 튼 것도 아닌데 잠시 후 잔차는 균형을 잃으며 옆으로 쓰려졌다. 달리는 속도도 있었기 때문에 넘어진 후유증이 몰려왔다.

오른쪽 바지는 보기좋게 구멍이 나 버렸고...

잠시동안 걷는 것에 지장이 있는 듯했다. 이내 훌훌 털어내고 창피한듯 아무느낌도 갖지 않으려고 끌바를 천천히 했다. 넘어진 충격에도 불구하고 크게 다친곳은 없어보였다. 오른쪽 왼쪽 다리 몇 부위가 저려온다. 이내 끌바를 끝내고 다시 안양천길 자동차 전용도로로 라이딩을 시작한다.


아침마다 철새들은 안양천에서 물줄기를 거스르든지 여유를 즐긴다. 그 모습이 있을때마다 난 잠시 여유를 찾기 위해 디카를 들고 찍으려고 하면 어떻게 눈치챘는지 반대쪽으로 머리를 틀고 일제히 도망치듯 간다.


거리 곧곧마다 빙판길이 여전히 남아있다.

한번 넘어진 충격인지 이제는 그런 길을 지나갈때마다 조심조심 패달을 밟는다.

조심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말조심 차조심 건강조심 모두 당해보지 않고는 그 중요성을 깨닫기 어려운 것중의 하나이다. 이제는 잔차를 전문적으로 탄다는 자신감으로 타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싶어하는 본능으로 잔차를 탄다. 빨리가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주위를 돌아보며 최대한 몸을 사리며 가고자 한다. 그런걸 보니 아침에 빙판길에서 넘어진 것은 이미 과감해진 라이딩에 제동을 건 사건이었다.

최고시속 40km 로 끌어올리려는 부질없는 노력과 도로 가장자리를 가면서 차들과 아무런 위험도 느끼지 않으며 맞서려는 배짱도 잠시 가라앉았다. 왜일까? 아마도 뼈속까지 아픈 넘바의 충격이 아닐까 한다. 지금 당장은 그것에 대해 심각히 생각하진 않지만 그 한번의 충격은 두고두고 제대로된 길을 가도록 제촉하고 있다.

삶은 체험의 연속이다.

오늘도 난 체험을 통해서 삶을 만들어 간다. 다양한 의견과 대화...주장앞에 내가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논리를 끌어가는데 어느덧 돌이켜 보니 그 경험한 것의 가치와 자신감이 넘바를 당했을때처럼 허물어짐을 경험해 본 것은 오늘의 큰 수확중의 하나일까 한다.

다음부터는 조심해야지.
2005/12/07 06:27 2005/12/07 06:27
Posted by 길목